위인? 아니면 살인자? 두 얼굴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

유대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는 사물을 흑백으로만 나눌 수 없고, 현실은 불편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화학자 중 한명이었던 그는 수십억 인구를 식량난에서 구원함과 동시에, 세계 대전 당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독가스'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하버는 로버트 분젠, 칼 리베르만과 같은 유명한 화학자들로부터 화학을 배웠으며, 1891년에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게되었습니다. 그리고 1894년, 불과 26세의 나이로 하버는 카를스루에 대학교의 교수직을 역임하게 되었습니다.




교수가 된 그해부터 1911년까지 하버는 독일의 공업화학자인 카를 보슈와 협력하여 공기중의 질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Haber-Bosch 공정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프리츠 하버와 보슈가 이 공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 쉽고 저렴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로인해 과도한 경작으로 토지의 질이 상해버리게 되면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료의 화합물로 사용될 수 있는 암모니아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한 덕분에 이후로는 엄청난 양의 비료를 매우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켰고, 수십억 사람들이 기아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혁명적인 업적으로 인해 하버는 1918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Haber-Bosch 공정은 현재까지도 암모니아를 제조하는데 있어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의 절반은 하버의 비료 처리 과정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지구에 사는 5명 중 2명이 프리츠 하버의 발견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하버 이야기의 끝이었다면, 현재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낸 그를 분명하게 기억했을 것입니다.




평소 프리츠 하버는 자신의 조국, 독일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면서 하버는 조국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해서 하버는 군입대를 지원하게 되었고, 이후 나치 독일 Ministry of War의 화학 책임자로써 유독가스에 관한 부분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독성에 노출이 되면,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독성가스의 농도와 흡입시간의 곱이 일정하다는 규칙을 발견하게 되면서, 전쟁 무기의 한 형태로 유독가스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염소 및 여러 독성 가스의 무기화에 성공한 그는 1915년 4월 22일, 나치군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자신이 만든 가스 무기를 연합군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수천명의 연합군 병사가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하버 덕분에 나치군은 해당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하버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독일의 비밀 무기 개발에 계속해서 힘을썼으며, 화학자로써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에 입사해 유독가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였던 클라라는 사실 하버의 화학무기 개발과 전쟁 참가에 심한 반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하버에게는 오직 자신의 '조국'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 클라라가 무슨말을 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자신의 남편 하버가 개발한 화학무기가 전투에서 사용되었고 이로인해 수천명의 병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내 클라라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으며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하버는 1934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가 죽음을 맞이하기전 연구했던 마지막 결과물인 Zyklon B 가스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자신의 동족인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살해하는데 사용되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평상시 하버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과학자는 평시에 세계에 속하지만, 전쟁중에는 자기 나라에 속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수억명의 목숨을 구한 위인이었을까요 아니면 단순한 살인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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