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분석가, 코드 브레이커 엘리자베스 스미스 프리드먼 이야기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금주법 기간 동안 미국에는 적의 암호와 주류 밀수업자(Rumrunner)들의 비밀 코드를 해독하는 엘리자베스 스미스 프리드먼이라는 코드 브레이커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놓친 비밀 패턴까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프리드먼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최초의 암호 해독가 중 한 명으로 활동했고,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프리드먼의 암호 해독 기술은 남미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나치의 음모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8년까지 이러한 사실이 대중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사랑이 암호 해독으로 이어지다
20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리드먼은 암호 해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으며 대학에서도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시카고에 정착하게 된 프리드먼은 그곳에서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한 인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최초의 희곡 전집 퍼스트 폴리오(First Folios)의 원본을 읽기 위해 매일같이 뉴베리 도서관을 방문했던 프리드먼은 어느 날 도서관 사서로부터 백만장자 조지 파비안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숨겨져 있는 암호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암호학 연구 그룹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 프리드먼은 파비안을 만나게 되었고, 암호학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미국 최초의 시설 중 하나였던 리버뱅크 연구실에서 일을 하며 파비안으로부터 코드 해독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프리드먼은 식물학자였던 남편 윌리암 프리드먼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프리드먼의 초기 업적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백만장자 파비안은 그의 코드 브레이커 팀을 정부에 파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소수의 암호 해독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적의 메시지를 보다 빠르게 해독하기 위해 리버뱅크 멤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국가안전 보장국(NSA)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엘리자베스 프리드먼과 그녀의 남편 월리암 프리드먼은 1919년 허버트 야들리의 암호 조직 블랙 체임버가 육군 암호국인 MI8로 설립될 때까지 미국내 유일한 비밀 연구실에서 약 4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부부는 전쟁의 첫 8개월 동안 미국의 모든 암호 해독을 담당했으며 오늘날까지도 통용되는 현대 암호학의 많은 원칙들을 개발했고 코드 브레이커로서의 뛰어난 능력도 입증하였습니다.
금주법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1920년 금주법이 시행되면서부터 불법적으로 술을 밀수하는 밀수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밀수업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던 미 해안 경비대는 결국 프리드먼에게 코드 해독을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와 단 한명의 보조원은 금지 기간 동안 약 12,000개의 암호를 해독했습니다. 그녀의 암호 해독으로 인해 650건의 형사 기소가 이루어졌으며 프리드먼은 약 33건의 법정 소송에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판사에게 칠판을 하나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 뒤 분필을 사용하여 배심원단 앞에서 암호해독의 기초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1930년 프리드먼은 메시지 해독과 관련된 증가하는 작업량을 처리하기 위해 7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녀의 제안은 1931년에 승인되었고 그녀는 당시 미국 최초로 여성이 관리하는 암호해독 부서의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분석가를 모집하고 훈련시켰으며 1932년 말에는 미국 최고의 무선 정보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초기 분석에서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밀수업자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엘리자베스 스미스 프리드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프리드먼의 팀은 해군으로 이관되었고 남미에서 나치의 비밀 네트워크인 볼리바르 작전에 대한 미국의 주요 정보원으로 일을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인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발생하기 이전 나치가 라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미 해군연구소는 그녀와 그녀의 팀이 남미에서 나치 네트워크를 찾아냈고 48개의 서로 다른 무선 회로로 전송된 4,000개의 메시지와 3개의 에니그마 코드를 해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FBI의 국장 에드거 후버는 프리드먼 팀이 아니라 'FBI'가 암호 해독을 주도했으며, 남미에서 나치 네트워크를 붕괴시키고 체포했다고 말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프리드먼은 국제통화기금 IMF의 컨설턴트가 되었고 일회성 패드를 기반으로한 통신 보안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암호학의 어머니
참고로 프리드먼은 죽음 직전까지도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에 ''평생 동안 자신의 작업 내용을 밝히지 않겠다''는 선서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8년, 프리드먼의 작업에 관한 파일이 기밀 해제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대전부터 금주령까지, 암호 해독가로서 그녀의 모든 업적이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그녀는 남편 윌리엄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암호 해독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코드 해독 개발에서의 뛰어난 업적들로 인해 미국에서는 '암호화의 어머니'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그녀를 놀라운 모험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1999년에 NSA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NSA 강당은 윌리엄 앤 엘리자베스 프리드먼으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2014년 6월 17일에는 미국의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단속국 ATF의 본부 강당을 프리드먼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으며 2019년 4월 미국 상원은 '암호 분석가 엘리자베스 스미스 프리드먼의 삶과 유산 기리기'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2020년 7월 미 해안경비대는 해경의 역사에서 전설적인 지위를 가진 사람을 기리는 레전드 클래스 NSC(National Security Cutter)의 11번째 인물로 프리드먼을 선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