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지(Humanzee)’란 인간과 침팬지를 합친 동물을 말하는데 공포,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동물을 실제로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리야 이바노비치 이바노프라는 러시아의 생물학자인데요. 그는 1920년대, 인간 유전자를 침팬지 유전자와 합치려는 섬뜩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리야 이바노비치 이바노프(Ilya Ivanovich Ivanov)는 지난 1901년 세계 최초로 말 인공 수정에 성공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입니다. 이것은 마침 말의 개량이 시급하였던 제정 러시아 정부의 인정을 받았고 그의 인공 수정 연구는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1909~13년 사이에 인공 수정된 말은 6천 8백 4필(匹)에 달했고, 그 밖에 소·면양·토끼 등의 인공수정 연구에서도 성과를 올려 각국의 많은 생물학자가 그의 연구실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학적 시도는 여기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인공 수정으로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급기야 '인간과 침팬지'를 교배시키려는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5% 이상 일치해 이론적으로 인공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새로운 종이 탄생해 노동력,군사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지어 소련 정부는 오늘날 약 13만 달러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일리야는 1927년, 영장류의 주요 서식지인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확보한 암컷 침팬지의 난자와 사람의 정자로 인공 수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일리야의 실험은 실패를 거듭했고, 실험 방법을 정반대로 변경해 인간의 난자에 수컷 침팬지의 정자를 수정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13마리의 수컷 오랑우탄을 공수해와 실험에 참여한 5명의 여성을 상대로 인공을 수정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 역시 실패했고, 오랑우탄들도 결국 극심한 환경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리에 진행되던 이 실험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즈'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행위가 비도덕적이고 반인류적인 행위라며 그를 '미친 과학자'라고 칭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들끓자 소련 정부는 "스탈린의 허락 없이 위험한 실험을 진행했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후 러시아에서 추방했습니다. 이후 1932년 일리야는 자국에서 추방당한 채 뇌출혈로 숨을 거두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사육하던 침팬지가 죽지 않았다면, 만약 이바노프 박사에게 뇌졸중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실사판 ‘혹성탈출’처럼 뛰어난 지능을 지닌 침팬지가 지구를 지배하는 일이 일어났을까요? 해당 사건의 전말은 지난 2005년 모스크바 문서보관소에서 일급 기밀로 유지되던 문서가 공개되면서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