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의 이탈리아 여성은 스키를 타다 어깨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까지 계속해서 스키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직접 운전대를 잡은 뒤 자신의 집까지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첫째 아들은 매우 오랫동안 축구를 즐겨해 오면서도 자신의 두 발목에 미세골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고 합니다.
Letizia Marsili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52세의 이탈리아 여성과 그녀의 어머니, 언니, 두 아들과 조카딸은 모두 현재 선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레티지카 마실리의 가족들을 연구했던 런던대의 연구진들은 마실리 가족이 앓고 있는 이 질병에 '마실리(Marsili)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최소 3세대에 걸친 희귀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겪고 있는 마실리 가족들은 '화상을 입거나, 뼈가 부러져도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아주 조금 느끼는 정도'라 말하고 있으며 초기에 고통을 느끼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금방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스키를 타다 어깨가 부러졌던 레티지아 마실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단지 '손가락의 저림' 정도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레티지아의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이 흔하게 경험하는 불행중 하나인 '고통'을 모른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우리 가족도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레티지아 가족의 만족과는 별개로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심한 화상이나 동상과 같은 극한의 온도를 감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일반인들보다 특히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선천적으로 육체적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SCN9A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 SCN9A가 뇌로오는 통증의 신호를 전달하는 NaV1.7을 막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어떠한 고통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런던 대학의 분자 생물학자인 James Cox는 최근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ZFHX2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수년동안 노력했다는 말과 함께, 마실리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 독특한 유전자 변이가 만성 통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함께 전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변이가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원들은 이 변이가 ZFHX2 유전자의 통증신호와 관련이 있는 다른 유전자를 방해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들은 ZFHX2의 돌연변이를 분리한 후 이것이 쥐의 고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도 실시하였는데,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동물의 경우 꼬리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따라 통증을 나타낸 반면, ZFHX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쥐의 경우에는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마실리 가족과 같이 고온에 둔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마실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ZFHX2는 만성 통증을 겪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수백 수천만명의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가족의 무감각적인 고통에 기여한다는 것을 명확히만 한다면 통증완화를 위한 신약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