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의 판도를 가른 비밀 코드 '나바호 어'

북아메리카 인디어제어인 '나바호 어(Navaho)'는 억양에 따라 한 단어가 최대 네가지의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동사 시제의 경우에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나바호 언어에는 알파벳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로인해 나바호 어로 적혀있는 문서는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바호 어는 남서부 아메리카에 사는 소수의 인디언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 나바호 어는 '전시 코드'에 대한 완벽한 후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독일에 의해 점령되었고 영국은 여전히 2년전 독일에 의한 영국 대공습 블리츠에 대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키운 일본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영어에 능통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미국은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군사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깨지지 않는 언어 코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로스엔젤레스 출신의 토목 기술자 필립 존스턴(Philip Johnston)이 특별한 암호코드를 찾고 있다는 정부의 소식을 우연히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사이에 뻗어있는 나바호 구역(Navajo Reservation)출신이었던 그는, 나바호 어가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그는 곧 바로 샌디에이고에 있는 US해병대 캠프엘리엇에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Signal Corp Communications Officer의 중령이었던 제임스 존스(James E. Jones)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존스를 만난 그는 나바호 어를 이용한 코드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왜 이것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었습니다. 존스턴의 이야기를 들은 제임스 존스는 그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지만, 해군쪽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람에 사용에 대한 여부를 테스트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테스트를 위해 존스턴은 나바호 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세명의 사람을 모집하였고, 그후 다시 캠프엘리엇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942년 2월 28일, 캠프 엘리엇에 도착한 이들은 테스트를 위해 각각 분리된 방에 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테스트는 영어로 된 메시지를 받은 한명이 다른사람에게 나바호어로 전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다시 영어로 재번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후에 나타난 테스트 결과, 그들이 전달한 메시지가 정확하게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빠른 시간에 전달되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자 장비에서 전달되는 암호코드는 길고 복잡했으며, 그것을 해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군사 코드와 다르게 나바호 코드는 송신자의 입과 수신자의 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다 해독속도도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코드로써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나바호 어의 어휘와 영어 어휘가 무작위로 선택되기 때문에 적국이 나바호 어를 배우더라도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의미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단어의 목록들 뿐이었습니다 .테스트를 전부 지켜봤던 캠프 엘리엇의 클레이튼 보겔장군은 곧바로 DC의 Marien Corps 본부에 연락을 걸었고, 그후 '젊고 잘 교육받은 200명의 나바호 사람을 해병 통신 전문가로 채용하라'는 말을 전달했습니다.




나바호 코드는 전쟁의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오지마 전투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당시 책임자였던 사령관 하워드 코너는 코드 토커들의 노력을 칭찬하며, '이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오지마를 취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었습니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할때까지 미 해병대는 총 421명의 나바호 코드 토커들을 입대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즐겼으며, 전쟁 후에도 해병대의 통신 전문가로서 계속 일을 이어나갔습니다.


지금까지도, 해병대에서 사용되었던 기밀 코드 가운데 적국에 유일하게 깨지지 않았던 것은 오직 '나바호 어'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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