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끊은 남자의 꿈

사후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끊은 남자의 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이어진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죽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천국 지옥과 같은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냥 사라지게 될까요 이것도 아니면 새롭게 태어날까요

 

 

19세기 미국의 한 남자는 사람이 죽고 나면 다른 영역으로 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이 남자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증명하려 했습니다.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강신술이 미국을 강타했습니다. 남북 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촉발된 수많은 죽음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우리 몸이 죽고 난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강신술은 일종의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과 함께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은 영매, 교단, 위자보드 등이 매우 인기 있었으며 이를 이용하는 사기꾼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도 삶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사는 평범한 남자였습니다. 목수이자 전기 기술자였던 브래드포드는 1920년까지만 해도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래드포드는 죽은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이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모든 기록에 따르면 그는 이때부터 사후세계에 완전히 사로잡혀 정기적으로 강령술 관련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심령술, 오컬트, 심령 현상에 관한 수많은 기사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1921년 2월 6일 브래드포드는 자신의 방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타자기에 적혀있는 미완성된 타이핑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혀있었습니다.

 

 

'나는 영의 현상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모든 현상이 초자연적인 영역 밖에 있음을 증명할 것입니다'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었지만 비밀 메모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내는 데에도 시간을 쏟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저명한 작가 루스 도란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그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으로 지목했습니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브래드포트는 자살하기 몇 주 전 지역 신문에 '사후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찾는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당시 도란은 경찰에게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도시로 돌아왔다가 광고에 흥미가 생겨 브래드포트를 찾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개신교이며 영적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순한 호기심에 찾아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브래드포드가 사후세계를 증명할 방법이 있다고만 이야기했지 실험의 일환으로 자신이 자살할 것이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그녀가 진실을 말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녀에겐 그 어떤 살인 동기도 없었고 시체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사는 중단되었고 브래드포드 죽음의 원인은 자살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를 중단하자 브래드포드의 무의미해 보였던 자살 뒤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란은 경찰이 수사를 중단한 직후부터 계획의 후반부를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즉 도란이 브래드포트가 자살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디트로이트 지역의 강신술사 그룹을 모으기 시작한 도란은 브래드포드가 다른 세상에서 부르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일련의 집회를 주기적으로 열기 시작했습니다. 멤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브래드포트의 연락을 받진 못하였지만, 도란은 그의 영혼을 이 땅에 다시 오게 할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 먼저 나타날 것이라 믿었습니다.

 

 

 

도란이 계속해서 접촉을 시도하고 있을 때 실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룰루 맥이란 이름의 심령술사가 자신이 브래드포드의 영혼과 접촉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들이 왜 도란이 아니라 당신에게 연락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맥은 브래드포드가 '천상의 첫 번째 영역'에 겨우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란 같은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혹시나 들을 수 있다 해도 브래드포트가 자살로 사망했기 때문에 정신이 너무 약한 상태라 많은 수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룰루는 몇 년이 걸릴 수 있긴 하지만 브래드포드가 천상의 고도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메시지를 보다 정확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이번에는 도란이 브래드포드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어려웠지만 확실히 브래드포드로부터 오후 9시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주장했으며 영적 공동체들로부터 지원을 요청할 수만 있다면 영혼의 귀환을 보다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은 심령술사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후 그들에게 오후 9시에, 브래드포드의 목소리에 집중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도란이 그룹 구성원 중 한 명에 펜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외치기 시작하더니 글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저승에서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산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냥 잠에서 깨어났고 처음에는 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보게 됐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윤곽과 비슷했지만 물리적 형태는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며 우리의 삶과는 달리 책임감에 가벼움이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감과 행복감이 충만해집니다.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메시지를 받아 쓴 후 도란은 땅에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브래드포드로부터 다시는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하였습니다. 

 


브래드포드가 실제로 보낸 메시지인지 아니면 도란이 지어낸 얘기인지는 평생 알 수 없겠지만 도란이 그 자리에서 지어냈든 브래드포드가 정말로 그 메시지를 보냈든 간에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그것이 진짜라 해도 브래드포드가 추구했던 궁극적인 증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브래드포드는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꾸지 못했고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도 증명해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는 시간의 심연으로 사라진 기이하면서도 다소 비극적인 이야기 하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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