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생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서로가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이 달라 논쟁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목격했던 것은 확실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상하게 서로가 기억하는 상황들이 확연히 또는 조금씩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기억이 불완전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기억에 남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라 볼 수 있는데요. 심리학과 인간기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교수 Elizabeth F. Loftus는 위와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의 두뇌에 '거짓 추억을 심는 것' 또는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왜곡시키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무고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되었던 300명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인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이었으며, 후에 진행된 DNA검사로 다행히 다시 무죄를 선고 받고 사회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이 프로젝트에서 사건과 관련된 300여명의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그 중 약 3/4에 달하는 인원의 투옥 이유가 '잘못된 기억' 및 '거짓 기억'에 의한 증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배심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을 녹음된 기계가 작동하는 것 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범인과 관련된 어떠한 질문에 답하거나, 사진을 보고 용의자를 구별해낼때 머리속에 있는 정보를 정확히 되살려 진술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수십년간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심한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것을 '재구성하기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기억의 왜곡'에 대한 연구는 1906년,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소 의장이자 미국 심리학 협회 회장이었던 심리학자 '휴고 뮌스터버그'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시 Times Magazine에 시카고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던 한 여성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글에 따르면 당시 농부의 아들이 살해 혐의로 기소되어 경찰에 의해 심문을 받게 되었는데,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후 자신이 그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 상황에 대한 '세부적 묘사'를 점점 풍부하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가 말했던 이야기는 사실 모호하고 모순적인 이야기들 뿐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죽였다는 자백을 했기 때문에 결국 일주일 후 교수형에 처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뮌스터버그는 당시 농부의 아들이 경찰관으로부터 '무의식적인 기억의 주입'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이는 예전에 겪었을 수도 있는 어떠한 경험에 대해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특정한 기억을 주입시키면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고, 혼동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얻는 것은 유도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받았을때 뿐만 아니라 의도에 상관없이 목격자가 다른 정보를 흘렸을때, 관련된 언론의 보도등을 통해 기억의 혼동이 올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Elizabeth F. Loftus 교수는 윤리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하나의 심리 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녀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대여섯살 어린시절에 상점가에서 길을 잃었는데 나이든 사람이 구해주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와 '어린시절 물속에 빠져 죽을뻔한 것을 안전요원이 구해주었다' 는 거짓된 기억을 사람들에게 심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상자의 약 1/4이 첫번째 기억을, 대상자의 절반이 두번째 기억을 새롭게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아니라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릴 때 어떤 음식을 먹고 아팠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 넣었었는데, 그후 거짓 기억을 주입당한 사람은 실제로 해당 음식을 이전에 비해 덜 먹거나 거의 먹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Elizabeth F. Loftus 교수는 이 거짓 기억을 심는것이 위의 연구와 같이 꼭 나쁘고 불쾌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의 것은 단순한 하나의 연구였을 뿐이고, 거짓 기억을 이용해 건강에는 좋지만 기피했던 음식을 긍정적이고 연상적인 기억으로 만들어 더 많이 먹게 만들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할수도 없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사람도 존재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봤을때 거짓된 기억을 주입하는 것은 파급효과를 일으켜 오랜기간의 습관을 바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인셉션'처럼, 꿈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뇌속에 잠재되어있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