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당시 자신의 조국을 지키길 원했던 수많은 미국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배서 대학교(Vassar College)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예일 대학교에서 수학석사 및 수리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그레이스 호퍼 또한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이에 동참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스 호퍼는 105파운드(약 47kg)밖에 나가지 않는 무게와 비교적 많은 35세란 나이 때문에 해군으로부터 군 입대가 불가능 하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외에도, 해군은 박사인 그녀가 지금 당장 전쟁에 참여하는 것 보다 그녀의 직업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도 그녀의 군 입대에 대한 열망이 사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오랜 설득끝에 그녀는 해군으로부터 나이와 체중에 대한 제한을 포기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1943년에 미 해군 소속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리물리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전쟁터로 나갔던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미 해군이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던 Bureau of Ships computation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곳에서 최초의 프로그램 방식 디지털 컴퓨터가 된 Mark I의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해군은 수학계산을 위해 설계된 마크 원을 이용하여 탄도 무기를 발사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들을 정확하게 계산해 주길 원했습니다.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수학자였지만, 마크원의 개발자인 하워드 에이켄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지나지 않아 마크 원을 마스터 했을 뿐만 아니라 계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마크 원을 이용해 작업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녀는, 필요할때마다 바로 재사용할 수 있는 코드를 적어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용했던 '서브루틴 코드'로 작업한 결과, 이전에 비해 사용이 훨씬 쉬웠을 뿐만 아니라 해군이 이용했던 방법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사 테이블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호퍼의 프로그래밍 덕분에 해군은 느리고 비효율적이었던 이전의 시스템을 포기하게 되었고 그 대신 마크 원을 사용하여 발사 테이블을 기존보다 더 빠르게 계산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그녀는 해군에 남아 차세대 디지털 컴퓨터인 Mark ll와 Mark lll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숫자를 문자로 번역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인 UNIVAC(Universal Automatic Computer)을 개발하는데도 도움을 주었으며 그 후에는 컴퓨터 메모리에서 서브 루틴을 검색하고 스택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하도록 설계된 코드 조각인 컴파일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세계최초로 영어를 사용한 컴파일러 언어인 Flow-Matic과 고급언어 '코볼'을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호퍼의 삶에 있어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아마도 컴퓨터가 오작동하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때 흔히 말하는 '버그'를 탄생시킨 것일텐데요. MARK ll를 제작하고 있을 당시 시스템이 계속해서 오작동을 일으키자 그녀는 이유를 찾기위해 컴퓨터를 샅샅히 조사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 원인이 컴퓨터 사이에 나방이 끼어 죽은 바람에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방을 꺼내 자신의 작업 일지에 붙이며, '버그가 발견된 첫번째 사례'라는 말을 적어놓았습니다.
호퍼는 1966년에 해군에서 은퇴를 했지만 해군의 컴퓨터를 표준화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다시 현역으로의 복귀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을때의 나이는 80세 였으며, 이는 아직까지도 '미 해군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전역을 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1992년 세상을 떠나게된 그레이스 호퍼를 위해, 미 정부는 이지스 구축함 중 하나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