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발발하게 되었던 제1차 세계 대전은 공식적으로 1914년 7월 28일에 시작 되었으며, 그로부터 약 4년여간의 기나긴 전투 끝 마침내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게 되면서 1918년 11월 11일 길었던 제1차 세계 대전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1천만명의 사망자와 2천만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던 1차 세계 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쟁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1914년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발생했던 영국과 독일군간의 비공식적인 휴전은 역사상 가장 비범하고 오랫동안 기억될만한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Royal Irish Rifles 소속의 Arthur O'Sullivan 대위는 누군가 막사 건너편에서 독일 억양으로 영어를 내뱉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던 설리반은 조금 더 집중하여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마침내 그것이 '12시 이후엔 쏘지마라, 우리도 절대 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한명의 독일군이 매우 큰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을 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군이 노래를 부르자 영국군들이 환호를 해주기 시작했으며, 노래가 다 끝나자 각 막사에서 독일군 장교와 영국군 하사가 나와 서로 악수를 나누며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휴전을 맺는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 독일이 벨기에 서부 도시 예페르(Ieper)에서 맺은 이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의 휴전 협정은, 영국군과 독일군이 현재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휴전이 모든 곳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장군들과 고위 장교들은 이 선의의 쇼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H Company Hertfordshire 연대의 클리포드 레인 상병은 당시 상사로부터 '독일군이 참호에서 나와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휴전 협정이 이루어진 곳에서는 독일, 영국군이 서로의 참호속에서 나와 인사를 나누었고, 평소부터 알고있던 이웃사촌인것 마냥 매우 친근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음식과 기념품을 섞은 후 서로 교환하기도 했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동 식사를 하고 위스키를 나눠 마시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독일군 대 영국군의 축구시합이 열리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독일군이 영국에 3:2로 이기긴 했지만 당시 모든 병사들이 이기기 위해 한다기 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휴전 기간 동안 양측은 포로를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고, 그 후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양측의 동료들을 위한 합동 장례식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크리스마스 휴전'은 전선에 따라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월 1일까지 지속되었지만, 휴전 기간이 끝난 후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금전까지 술잔을 나누고 축구경기를 즐겼던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내옆에 있는 동료들, 고향에 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다시 총을 들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휴전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전했던 말에 따르면, 비록 전쟁상황이긴 했으나 '크리스마스 휴전'은 자신들에게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투가 조금씩 치열해지고 그때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 갈때 쯤 각국의 사령부는 '앞으로 절대 적과의 형제애를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이전과 같은 휴전이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기도 했었습니다. 1914년에 발생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이렇게 끝이났고, 어느 전쟁터에서건 다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