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으로 만든 항공모함' 하버쿡 프로젝트

제2차 세계 대전이 진행중이던 1942년 영국은 독일 잠수함 '유보트(U-boat)'로 인해 말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해군 무기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전력이었던 유보트 함대로 연합군의 진영을 완전히 봉쇄했던 독일은, 당시 유보트로만 5천여척에 달하는 연합군의 군함 및 상선을 격침 시켰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으로 들어가는 모든 배를 파괴시켰던 상황이었기에 물자를 실어나르는 상선까지도 유보트에 의해 침몰당할 수 밖에 없었고, 전시에 필요한 물자보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영국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보트에 대한 탐색 및 격침수단으로 전투기를 이용하긴 했지만, 항속거리의 제한이 있는 전투기가 '유보트 위협'으로부터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보트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졌고, 영국 당국은 결국 이를 파훼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공모함'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얼마없는 철강마저 물자보급을 위한 상선을 제작하는데 대부분 소비해 버린 탓에 지금 당장 거대한 항공모함을 제작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으로부터 개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유보트가 진을 치고 있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었기에 결국 영국은 유보트의 위협을 피할 또 다른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정부가 없는 자원을 이용해 항공모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복합 운영 본부에서 플로우 프로젝트(Project plow)를 진행하고 있던 발명가 '제프리 파이크(Geoffrey Pyke)'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혹독한 겨울철의 눈과 얼음 상태에서 원활한 전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플로우 프로젝트(Project Plow)를 진행하고 있었던 제프리 파이크는, 자신이 최근 조사하고 있던 빙산을 이용한다면 철강과 같은 자원의 소비없이 완벽하게 항공모함을 만들 수 있을거란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얼음배를 만들어 대서양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먼저 자신의 오래된 친구인 생물학자 맥스 페루츠(Max Perutz)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빙하로 만든다 해도 결국은 녹아 버리고 빙하 특성상 위로 드러난 부분이 잠긴 부분보다 턱없이 부족해 비행장으로는 쓸수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고, 결국 그는 기존보다 더 단단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빙산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비행기들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부서질 가능성이 높고 압력에 따라 쉽게 모양을 잃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항공모함'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더 강한 얼음을 찾아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북극 원주민인 이누이트가 얼음썰매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끼를 집어넣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여러번의 연구 끝에 결국 물에 4~14%정도의 목재 펄프를 섞어 얼린 특수한 얼음 Pykrete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해결책을 마련한 그는 영국 수상인 윈스턴 처칠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되었고, 처칠로부터 프로젝트 하버쿡(Project Habakkuk)이라는 코드 네임을 부여 받으며 마침내 '얼음 항공모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후 대규모 모델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알버타 주 패트리샤 레이크(Patricia Lake, Alberta)에서 Pykrete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프리 파이크의 예상대로 라면 이 얼음 항공모함은 100대의 폭격기와 200여대의 전투기를 실을 수 있었으나, 1/35의 크기로 축소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한 결과 갑판이 해수면과 거의 비슷해 항공모함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pykrete 혼합물이 아무리 얼음보다 견고하다고 해도 온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항공모함으로써 이용되려면 일정한 냉동 시스템과 훨씬 더 많은 단열재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필요한 양의 단열재와 일정한 냉동 시스템을 추가하려면, 강철을 이용해 항공모함을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후 틀만 강철로 잡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나, 그렇게 되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없는 자원을 소모해야 할 뿐더러 증가된 크기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고 기동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랜시간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이 하버쿡(Habakkuk)은 없던 프로젝트가 되어버렸고, '얼음으로 만드는 항공모함'은 한순간의 꿈으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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