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칸의 22년간의 세계 여행 '행성 기록 보관소'

프랑스 바스린의 마르무티에(Marmoutier) 출신의 알버트 칸(Albert Kahn, 1860.3.3~1940.11.14)은 1860년 3월 3일, 유대인 출신의 소매상 아버지 루이스 칸과 정식적인 교육을 하나도 받지 못했던 어머니 바벳 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알버트 칸 가족은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알자스(Alsace) 지방에 살고있었으나 1871년 독일이 이곳을 합병하게 되면서 어쩔수없이 프랑스 파리로 이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으로써 파리에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칸 가족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고, 편협함과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알버트 칸은 타고난 그의 똑똑한 두뇌를 기반으로 결국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능과 재정적 성공은 알버트 칸을 프랑스 엘리트 중 한명으로 몰아 넣게 되었으며, 이는 프랑스 최고의 조각가 중 한명인 오귀스트 로댕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헨리 버그슨(Henry Bergson)이라는 지식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 있어 오랜시간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일찍이 자신의 삶을 모양 짓던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느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가지게 된다면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깨부시겠다고 생각했던 그는, 성공 이후 여행의 힘 그리고 국가간 문화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1899년 칸은 세계 일주 장학금을 수립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처음으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15개월 동안 세계를 여행하는데 성공한 지원자는 칸으로부터 세계 일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칸은 '세계 시민'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파리 외곽에 거대한 정원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프랑스, 영국, 일본등 다양한 국가들의 원예요소를 결합하여 만든 이 정원의 목적은, 방문자가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 사이의 조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알버트 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1903년 Lumiere형제가 개발했던 최초의 확장 가능한 컬러사진 오토크롬(Autochrome)의 발명이었습니다. 칸은 이 새로운 기술이 '문화를 연결하겠다'는 자신의 비전에 매우 부합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였고, 그때부터 행성의 기록 보관소(Archives of the Plane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909년 부터 1931년까지 칸의 팀은 터키, 알제리,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수단, 몽골등 50개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명으로 구성된 사진 작가팀은 전폭적인 알버트의 지지 아래 22년동안 7만2천여장의 사진과 100여시간의 분량을 담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22년동안 진행된 행성의 기록 보관소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 다양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들을 상세하게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통 문화, 의식 심지어는 제국이 몰락하고 탄생하는 과정 및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대적 사건들을 기록하는데 성공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7만 2천여장 가운데 일부 사진들은 영국의 통치를 받던 인도인들의 가슴아픈 모습,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황폐화된 도시의 모습, 전쟁으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과 같은 20세기 초반에 발생했던 씁쓸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시 칸은 파리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자신의 집에 이 모든 기록들을 정리해 놓았으며, 문화에 대한 지식의 증가가 어떻게 국가간의 선의와 평화를 길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사람들을 초대한 후 이 자료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20년대 말 대공황이 찾아오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해당 프로젝트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칸은 대공황 이후로도 계속해서 해당 프로젝트를 운영하길 원했지만, 대공황의 여파가 너무나도 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사진 작가들에게 해줄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로부터 2년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프로젝트에 소비해 버리면서 알버트 칸은 1931년 '행성 기록 보관소 프로젝트'를 마감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각 국가별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문화 교류를 통해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세계여행가이자 박애주의자인 알버트 칸의 이러한 모습들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며, 프랑스 정부는 지난 1990년 정부 차원에서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파리 근교 불로뉴비양쿠르(Boulogne-Billancourt)에 '알버트 칸' 박물관을 설립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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