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빠진 중고차 판매상 톰 크루즈(찰리 배빗)가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자폐증에 걸린 형(레이먼드 배빗)을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영화 '레인맨'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각본상 및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 곰상을 수상하면서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었던 더스틴 호프만의 배역, '레이먼드 배빗'이 실제 인물인 킴 피크(Kim Peek)를 모델로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레이먼드 배빗이 영화에서 그랬던것처럼, 실제 피크 또한 엄청나게 뛰어난 기억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피크는 2살때부터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한시간은 두꺼운 책 한권을 모두 다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읽은 책의 98%를 글자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두 눈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두눈을 사용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오른쪽 눈으로는 오른쪽 페이지를, 왼쪽 눈으로는 왼쪽페이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책 두장을 동시에 읽어나감과 동시에, 그 내용을 머리속에 바로 저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보를 매우 빠르게 저장하는 그의 특별한 능력에 힘입어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피크는 단 한번 훑어본 지도를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자세한 운전 경로를 제공해주곤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피크는 '날짜'와 관련되어서도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예를들어 누군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1776년 7월 4일을 말하면 즉시 그날의 요일을 대답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일을 말해주면 정확하게 과거 그날에 일어났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읊어주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놀라운 기억능력에도 불구하고 피크는 평생을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살아갔습니다. 그는 수학과 같은 추론 능력을 필요로하는 과목에 문제가 있었으며, 그의 IQ 또한 87로 평균 지능보다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피크는 발달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네살때까지 걷는 법을 몰랐고, 수저를 드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을 하는데에도 어려움을 겪어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피크에게는 엄청나게 헌신적인 그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프랑 피크는, 그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데 자신 대부분의 삶을 보냈습니다.
1984년 피크는 시나리오 작가인 배리 모로우를 만나게 되었고 이로인해 레인맨에 대한 대본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인기는 피크를 많은 TV프로그램에 노출시켰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게되었습니다.
영화 '레인맨'의 성공에 힘입어 피크 또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전문적인 검사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그는 소뇌의 발달 이상과 함께 x 크로모솜에 연결된 유전자의 결함 그리고 선천적으로 좌우뇌를 이어주는 뇌교가 생기지 않는 FG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형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말은, 그와 똑같은 병 또는 두 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이 빈약하다고 해서 그와같이 수많은 정보들을 곧바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문제를 일으켰던 기형요소들이 매우 적절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래전 시나리오를 위해 킴 피크를 만났던 배리 모로우는, 인터뷰를 통해 이런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도 피크와 5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의 잠재력에 절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