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단 하루'만 존재하는 나라, 우주피스 공화국

1997년 4월 1일, 한 나라가 독립을 선언하며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지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특이한건 일년에 단 하루만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나라는 ‘우주피스(Uzupis) 공화국’이라는 나라로 북유럽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Vilnius)의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강 건너 마을' 이라는 뜻의 우주피스 공화국은 여의도 1/4크기인 0.6㎢의 면적에 인구는 7천여명정도의 아주 작은 나라인데 1년중 만우절인 4월1일 0시부터 24시까지 하루동안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거짓말 같은 공화국입니다. 하지만 철 따라 색깔이 바뀌는 국기가 있으며 24시간 임기의 대통령과 내각이 있고, 손바닥 도장 입국비자를 받아야만 이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안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근 천 년 유대인들의 게토인곳이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의 그것처럼, 무덤 위에 무덤이 얹히고 얹혀 비석들로 바늘쌈지가 돼버린 오래된 유대인 공동묘지가 있는 마을이었는데 2차 대전 중 주민 대다수가 홀로코스트로 희생됐고, 전후에는 버려지다시피 한 폐허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 리투아니아가 독립할 무렵 노숙인과 마약중독자의 쉼터 겸 매매춘의 아지트 같던 마을의 빈 집들에 가난한 동구의 예술인들이 깃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개성과 느슨한 공동체의식이 결합해, 우리 같지 않은 자율적 ‘새마을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집과 길을 꾸며 마을 꼴을 갖추고 그들만의 새로운 규범들도 하나 둘 만들어갔습니다. 그 끝이 리투아니아의 시인 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로마스 릴레이키스(Romas Lileikis)가 주도한 공화국 독립 선언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헌법과 사회통념에서 벗어난 규칙들로 헌법을 제정했는데, 3개항의 국가 이념(형식은 헌법 39조)- 싸우지 않고, 이기지 않고, 항복하지 않는다-과 38개조 헌법이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빌넬레 강변에 살 권리가 있고, 강은 국민 곁을 흐를 권리가 있다”가 제1조이며 공화국의 국민은 실수할 권리(4조)와 유일무이할 권리(5조), 사랑할 권리(6조), 게으를 권리(9조),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권리(10조), 개를 키우다가 사람과 개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사랑할 권리(11조), 행복할 권리(16조), 행복하지 않을 권리(17조)를 헌법으로 보장받습니다. 헌법이 부정하는 것은 폭력(20조)과 영원을 기획할 권리(22조)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공유할 권리(29조)이며 또 하나 시의회 협조 하에 상업 시설의 입주를 일절 불허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 거짓말 같은 나라는 1997년 4월1일 만우절을 기해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후 만우절이 독립 기념일이자 우주피스 데이라 불렀고 매년 만우절이 되면 평범한 다리에 입국심사대가 생기며 지도에서 볼 수 없는 우주피스 공화국이 생기는데 그날은 거리 곳곳에 아름다운 벽화와 각종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나라전체가 축제분위기가 됩니다. 그리고 하루만에 이나라는 거짓말 처럼 사라지는데 이 나라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만우절이 되면 1년중 하루만 존재하는 나라를 보기위해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발 디틸틈이 없는데, 실제로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매년 축하사절단과 함께 직접방문하며 심지어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많은 유명인들이 이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만우절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주피스 공화국이 생기기전에 빈민가로 취급 받던 이 마을은 아름다운 예술도시로 활기와 웃음이 가득하게 되었는데 농담처럼 시작되었던 나라가 이제는 전세계가 찾아가고 싶어하는곳이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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